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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하는 호랑마미
15년차 편집디자이너가 하는 이야기 본문
2006년 10월
나는 21살의 나이로 첫 회사에 취직을 했다.
학교에서 연결해 준 업체였고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로 일을 시작하게 되었다.
학교에서 배운거라곤 포토샵, 일러스트, 쿽 익스프레스 등 프로그램들을 깔짝거린 정도였다.
쿽 익스프레스는 지금은 거의 사용하는 곳이 없는 편집프로그램이지만
그때는 인디자인을 사용하는 곳이 없었고 대부분이 쿽 익스프레스를 사용하고 있었다.
나는 디자인으로 뭘 이루어 보겠다는 대단한 꿈을 가진 사람은 아니었다.
지금도 그렇긴 하다.
그저 디자인으로 문제없이 먹고살 수 있는 정도의 능력만을 원했을 뿐이었다.
하지만 디자이너가 된지 16년 차에 들어선 지금은 약간 후회되는 일이 있다.
지금 갓 일을 시작했거나 취직을 앞두고 있는 학생들이라면
내 글이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1. 첫번째 회사는 최대한 규모가 큰 곳으로 갈 것.
처음 신입으로 취직하게 되면 어딜 가나 힘들 것이다.
일은 처음이라 어렵고 무엇을 해야할지 갈피를 잡기도 힘들다.
어차피 힘들거라면 조금이라도 규모가 큰 곳에서 일을 시작하는 게 도움이 될 것 같다.
어느 정도의 규모가 있는 회사는 소규모 회사와 일감의 퀄리티가 다르다.
작은 회사에서 명함, 스티커, 현수막 등의 자잘한 일을 하게 되면 내 실력도 거기에서 크게 나아지기가 힘들다.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대부분의 디자이너들이 2~3년 차에 가장 빛을 발하는 것 같다.
아직 뭐든지 쏙쏙 받아들일 준비가 된 신입 디자이너가 공공기관이나 공기업 등의 일을 옆에서 보고 배우고 보내게 되면
3~4년 차에는 정말 어딜 가도 환영받는 디자이너가 되어있을 것이다.
2. 조바심 내지 말 것. 잘 가르쳐주는 사수를 공략해라.
언젠가 인턴으로 들어와 사원이 된 친구가 나에게 말했다.
"저도 빨리 과장님처럼 일을 잘 하게 되고 싶어요."
난 대답했다. "니가 벌써 나처럼 잘하면 안 되지. 너도 나처럼 10년 이상 일하면 이 정도는 해."
그 친구는 정답을 듣고는 머쓱해했다.
그 친구는 일에 욕심이 많은 타입이었다.
지금 들어온 이 회사에서 빨리 많은 것을 뽑아내어 자기것으로 만들고
자신의 회사를 차리고 싶어하는 친구였다. 그 열정이 부럽기도 했다.
이것저것 궁금한 점을 물어 오길래 나도 알려주고 도와주었더니
어느 날 나에게 고맙다고 했다.
대학에서 연결되어 인턴으로 들어왔고 회사 내에 같은 대학 출신의 멘토가 3명이 있는데
그중 누구도 자신에게 신경 써서 일을 알려주지 않았다고 한다.
(워낙 바쁜 회사여서 본인 일을 쳐내기도 힘들긴 했다.)
별생각 없이 도와주었을 뿐이지만 그 인연으로 둘 다 회사를 그만둔 지금도 연락하며 친하게 지내고 있다.
그 친구는 결국 지금 자기 회사를 차려 열심히 발로 뛰어 영업하며 일하고 있다.
종종 일이 있을때 같이 하자고 연락하기도 한다. 후배지만 배울 점이 많다.
3. 클라이언트의 무례한 발언은 한쪽 귀로 흘릴 수 있어야한다.
디자인이라는 게 답이 정해져 있는 일이 아니다 보니
내가 만족하여 작업했다고 할지라도 클라이언트의 맘에 들지 않을 경우가 수두룩하다.
작업물이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대다수의 클라이언트는 정중하게 수정을 요청하지만
몇몇은 디자이너의 마음에 스크래치를 준다.
나도 들어 본 몇 가지 상처된 발언들이 있는데
"아니. 이건 너무 디자인 퀄리티가 낮은 것 같아요."
이 말은 들은 지 1년이 안되었다. 심지어 디자인비도 받지 않는 대표님 지인의 교회 행사 현수막이었다...
가벼운 마음으로 해주었는데.... 할말하않
"제가 말 안 해도 딱딱 나올 순 없나요? 하나하나 내가 다 정리해 줘야 되면 뭐 하러 디자인을 맡깁니까? 내가 하고 말지!!"
본인 업체 리플릿을 제작하는데 본인이 말 안 해주면 뭐 어떻게 디자인하라는 건지...?
직접 할 수 있다면 직접 하면 되지?
언젠가는 욕설도 들은 적이 있다. 나뿐만 아니라 다른 직원들도 한 번씩은 다 겪었다.
회사에 와서 불을 지르겠다는 둥. 찾아가서 가만 안 두겠다는 둥.
오시라 했는데 정말 찾아오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작업물에 대한 비판을 듣게 되면 아직도 마음에 상처가 남긴 한다.
하지만 털어버리려 노력한다. 이런 걸 마음에 하나씩 쌓아 두다 보면 사람이 지치게 된다.
자기 자신의 능력을 비하하게 되기도 한다.
내가 디자인을 너무 못하나 봐... 이 일은 내 길이 아닌가 봐.. 등등
그래서 3~4년 차쯤 되면 고비가 찾아온다고들 한다.
이때 디자이너란 직업을 포기하고 다른 길로 돌아가는 사람들도 많이 봐왔다.
하지만 계속 디자이너로 일하고 싶다면 이때의 고비를 잘 견뎌야 한다.
4. 손목, 손가락, 허리, 목 등 잘 지켜주자.
난 6년 차쯤에 무거운 아이맥의 무선마우스로 작업을 하다가 손목이 시큰거리기 시작했다.
(마우스는 무조건 가벼운 걸로....)
그리고 허리는 나름 괜찮지만 일자목이 심해서 한 번씩 저녁쯤에는 뒷목이 땅기고 두통까지 오기도 한다.
진짜 일하다가 중간에 일어나서 스트레칭도 하고 몸을 풀어주는 게 너무 중요하다.
(글 쓰다가 지금 나도 잠깐 일어나서 스트레칭을 했다.)
오랫동안 디자이너로 살기 위해서는 관절 관리가 제일 중요하다.
운동을 꾸준히 하면 좋다.. 나도... 좀
사실 난 편집디자이너로서 대단한 욕심이 없다 보니 더 오래 이 일을 할 수 있는 것 같기도 하다.
자기 자신에 대해 기대하는 바가 크다 보면 현실이 더 암울하게 느껴지니까.
어쨌든 난 오늘도 디자이너로 먹고살고 있고 오랫동안 더 해 먹을 것이다.
모든 디자이너분들 파이팅! 오늘도 힘냅시다!